안녕하세요, 아론입니다.
늘어나는 전기차, 그에 맞추어 보급되고 있는 충전 인프라.
서서히, 확실히 늘어가고 있는 충전 인프라가 어떤 점에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있는지 앞으로 세밀하게 각 항목별로 살펴 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서울 아파트들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는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구축 아파트를 위주로 알아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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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의 노후 아파트들, 그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전력 사용량
서울시의 아파트 단지 4, 479개의 연식은 어떻게 될까요?
2021년 기준의 통계를 따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연식 |
단지(개소) |
| 5년 미만 |
299 |
|
5년 이상 10년 미만 |
288 |
|
10년 이상 15년 미만 |
492 |
|
15년 이상 20년 미만 |
1,170 |
|
20년 이상 30년 미만 |
1,354 |
|
30년 이상 |
876 |
주변에는 신축 아파트만 있는 것 같지만, 의외로 서울의 아파트들은 노후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특히, 2021년 기준으로 30년 이상이 된 아파트 단지의 비율이 20%에 이르고, 범위를 조금 더 넓혀서 보면, 2000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들(20년 이상 된 아파트들)이 50%에 육박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오래 전 지어진 아파트들은, 그 나름의 장점을 당연히 가지고 있지만, 급변하는 현대인의 생활상을 충분히 포용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전력량 문제입니다. 통계적으로만 살펴봐도 단순하고 명확하게 확인되는데요.
한국의 1인당 전력 소비량은 1990년에는 2,202kWh, 10년이 지난 2000년에는 그 두배가 훌쩍 넘는 5,067kWh를 마크했고, 2021년에는 10,330kWh에 이르고 있어요. 무려, 1990년의 평균치보다 4배가 넘는 숫자입니다.
에어컨 보급률도 90년대에는 50% 미만이었지만, 지금은 가구당 80%를 훌쩍 넘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90년대생 아파트들의 세대별 전력 사용 설계 용량은 가구당 1Kw였어요. 지금 준공되는 아파트들의 1/3 혹은 1/5 수준에 불과합니다.
구축 아파트에서는 에너지 2부제를 사용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더워지는 여름에 발맞춰서 노후 아파트들의 정전사고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준공된지 25년 이상이 된 아파트의 정전 발생률은, 15년 미만의 아파트보다 7배 이상 높다고 합니다.
아파트와 함께 나이를 먹은 변압기, 설비불량이 주원인이죠.
한 마디로, 구축 아파트들은 이렇게까지 전력량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어지고, 운영되어 왔다고 볼 수 있어요.
2. 구축 아파트에게까지 의무가 된 전기차 충전기 설치
친환경자동차법에 따라, 2022년 1월부터 구축 아파트의 경우에도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을 설치해야 하고, 거기에 더해서 전기차 충전기까지 의무적으로 설치할 필요가 생겼습니다.구축 아파트도 100세대가 넘는 경우에는, 총 주차대수의 2%의 범위에서 충전기를 설치해야 합니다. 세대별로 늘어난 전력소모량에 더해서, 아파트 전체적인 차원에서 전기차 충전기까지 설치하고, 운영해야 하는 부담을 구축 아파트들은 감당하게 됐습니다.
제가 사는 곳 근처에는 1983년 건축된 270세대의 구축 아파트가 하나 있습니다. 이 아파트의 주차대수는 189대인데요, 세대당 주차 가능한 대수가 1대도 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퇴근시간 무렵 아파트 단지에 가보면, 빼곡하게 차들이 이중주차를 하고 있어요. 가뜩이나 주차대수도 모자란데, 전기차 전용 구역을 설치하고, 전기차 충전기까지 설치해야 한다니. 구축 아파트들의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습니다.
특히, 이미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구축 아파트가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위해서는 “변압기 교체”가 필요합니다. 지금도 전력이 넉넉하지 않은데, 전기차 충전기까지 더해지는 경우에는 블랙아웃 등 사고가 예상되기 때문에, 좀 더 안전하게 큰 용량의 변압기로 교체해야 전기차 충전기 설치가 가능한 경우가 있어요.
3. 변압기 교체, 간단한 일일까?
변압기 교체라는 방법을 통해서, 모자란 전력량도 해결하고, 아파트가 부담하는 충전기 설치 의무도 해결하면 다 좋을 것 같은데요. 입주민들의 생각이 다 똑같기가 어렵습니다. 변압기 설치보다도 더 강력하게, 노후된 아파트들의 여러 불편함을 한 번에 해소하는 것은 바로 재건축인데요. 사실 전기차 충전기를 위해 변압기 교체까지 고려하는 아파트들이라면, 재건축을 목전에 둔 아파트가 많을 거예요.
도시정비법에 따라 노후, 불량건축물에 해당하는 경우,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재건축 사업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노후ㆍ불량건축물”은 건축물이 훼손되거나 일부 멸실되어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 내진성능이 확보되지 아니한 건축물 중 중대한 기능적 결함이 있는 경우 등 다양하게 규정되어 있어요.
재건축 판정은 한국시설안전공단의 “아파트 재건축 안전진단 매뉴얼”에 따르게 됩니다. 이 매뉴얼에 따르면, 수변전 방식 및 용량의 적정성, 전기 장비 및 배선의 노후도 및 교체 용이성 등이 설비 노후도 분야 평가의 중점사항이라고 보고, 아파트의 수변전기기 상태를 평가 항목의 기준으로 잡고 있습니다. 즉, 변압기 용량을 늘리거나, 교체를 해 버리면 전기설비노후도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때문에 오히려 재건축에서는 불리해지는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전체적인 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재건축에 용이한 상황을 만드는 것을 훨씬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변압기의 교체 혹은 개선을 모두가 반길 수 없는 상황인 거예요. 단지 내 충전기 구축을 위해서는 일단 입주자 대표회의의 동의가 필요한데, 여기까지 가기도 어려운 상황일 수가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비용도 또 다른 문제인데요. 변압기 교체에는 변압기 자체의 비용, 매설 비용, 변전실 공간을 확보하는 비용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천만원의 비용이 소요됩니다. 이를 한전에서 80% 가량 지원해주고 있다고 하긴 하지만, 나머지 비용을 관리비를 통해 모아진 장기수선충당금에서 내야 하죠.
전기차와 관계 없는 입주민들은 전기차 충전기를 위한 변압기 교체에 자신의 관리비가 소요되는 것이 못마땅한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변압기를 교체하여야만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아파트에서는“변압기 교체” 자체로 입주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에요.
4. 갈 길이 멀어보이는 구축아파트와 전기차의 공생
서울 아파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축 아파트에서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세대당 1대도 되지 않는 주차대수에, 2%를 전기차로만 따로 빼자니, 그 자체도 부담일 수 있고, 가뜩이나 모자란 전력 때문에 변압기를 교체하자니, 재건축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고, 관련 없는 사람들이 비용을 내는 것도 반대할 수 있구요.
제가 사는 곳 주위에 있는 1980년대에 세워진 아파트도 아직까지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어요. 위에서 말씀드린 여러 이유들이 합쳐진 결과였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정부는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 무엇보다 충전 인프라의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공동주택에 전기차 충전기 설치의무를 부과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모든 공동주택이 동일한 상황이 아닌 점, 구축 아파트에는 "재건축"이라는 또 다른 요소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 개입하는 점, 적지 않은 비용문제 등을 면밀하게 고려하지는 못한 정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구축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도, 편리하고 안전하게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다른 차원의 해결책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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