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의 영원한 고민: 전략적 투자(SI) vs. 재무적 투자(FI)
스파크랩 포트폴리오 창업자들이 투자 라운드를 돌 때 벨류에이션 만큼이나 많이 해오는 질문이 바로 “SI를 받는게 좋을까요?” 입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스파크랩, 그리고 대부분의 VC는 펀드를 통해 투자 후 구주매각, M&A나 IPO를 통해 투자수익을 추구하는 재무적 투자자(Financial Investor, FI)들입니다. 전략적 투자자(Strategic Investor, SI)들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Corporate Venture Capital(CVC) 또는 Open Innovation(OI) 부서로서 회사 고유 자본 또는 전용 펀드를 통해 출자를 하고 있으며, SI들은 Financial Gain보다는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한 현업의 시너지를 기대하며 투자를 합니다.
“SI를 받는게 좋을까요?”라는 질문에 저는 “그 전략적 투자자로부터 확실히 얻을 수 있는 것이 뭔가요?”라는 질문으로 답을 합니다. SI vs. FI의 고민에서 창업자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는 전략적 투자자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품는것입니다. 즉, 이 전략적 투자를 통해 그 투자자가 우리 회사에게 어떤 방면에서 어드밴티지를 줄 수 있는지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막연한 기대감 또는 짐작만 가지고 고민을 하거나 잘못된 선택을 내립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과 함께 공동 마케팅 영업을 하거나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인프라나 데이터에 대한 액세스를 기대해서 투자를 받지만, 대기업의 내부 프로세스 및 외부 요인(법률, 공정거래 등)과 같이 많은 이유 때문에 그 기대가 실망으로 빠르게 변하는 케이스가 비일비재합니다.
저는 SI 투자를 “약혼”으로 자주 비유합니다. SI 투자를 받으면 많은 옵션들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약혼은 곧 “나는 이 사람과 결혼할 것이다”라는 선언이고 그에 따라 싱글일 때와는 달리 이제 다른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힘들게 되는 것처럼, SI 투자를 유치하게 되면 다른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거나 비즈니스 연계를 하는 것도 어려워집니다.
SI를 약혼에 비유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약혼이 언제나 행복한 결혼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처럼, SI 이후 회사들이 추가 투자 유치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연계도 못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약혼이라면 파혼이라는 선택지가 있겠지만, SI의 경우는 정말 골치가 아파집니다. 때로는 SI의 투자 대금을 원금의 몇 배로 돌려준다고 해도 “파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불상사를 피하려면 아래 세 가지 사전 프로세스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제가 실제 스파크랩 포트폴리오 창업자들에게 들려드리는 이야기입니다.)
SI 요구 사항 확인 및 문서화
앞에서 언급한 마케팅 및 영업 지원, 인프라, 데이터 액세스 뿐만 아니라 SI에게 기대하는 바를 투자 집행 이전에 양사가 명확히 확인해야 하며, 심지어는 계약서까지는 아니더라도 문서화를 해두어야 합니다. 문서화를 하는 이유는 많은 경우 투자를 집행했던 SI 담당자가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거나, 조직 개편으로 투자 담당 부서가 아예 없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 협업 Point들을 계속 가져가기 위해서는 투자 전 합의된 Synergy를 문서화를 해야 합니다.
CVC/OI 조직 및 대기업 현업과 협업 내부 Process 파악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는 현업 부서와의 협업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투자를 집행한 CVC 및 OI 조직이 현업 본부와 유기적인 접점이 없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스타트업은 CVC나 OI를 통해 현업 부서를 소개 받지만, 진행이 느릴 뿐만 아니라 현업이 전혀 안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합니다. 이렇듯 협업 내부 프로세스의 파악이 중요한 이유는 현업 담당 직원들은 각자 본인의 고유 업무에 Key Performance Index (KPI)가 있으며, 이 KPI를 달성하기도 바쁜데 현재 자신의 KPI와 상관 없는 스타트업 협업이라는 “새로운 일”, 골치 아픈 일이 추가로 떨어졌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실제 유의미한 협업이 이뤄지기가 어렵습니다. 성공적인 CVC/OI 프로그램들은 이런 대기업-스타트업 내부 Process가 현업 KPI와 연동되는 곳이며, 스타트업들은 투자 받기 전에 협업 내부 Process가 있는지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추가 투자 및 M&A 조건 확인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SI투자는 약혼과 같으며 SI의 M&A는 결혼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SI의 투자를 받은 후에 스타트업이 IPO도 충분히 가능한 Path입니다. 그리고 IPO때 Synergy를 이끌어주는 SI가 있으면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수 있습니다.
하지만, SI투자자는 IPO를 통한 투자 수익 실현 보다는 대기업 현업과 스타트업간의 시너지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투자 이익 실현보다는 시너지가 나는 스타트업에 추가 투자를 통한 대주주지위 (51% 이상) 또는 100% M&A를 선호하고, 대기업 입장에서는 최대한 낮은 비용으로 대주주 지위 취득 및 M&A를 하는것이 이득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스타트업 및 다른 FI주주들과 회사 가치 선정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추가 투자, 그리고 M&A 시 회사 가치 산정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합니다.
전략적 투자 유치 시 주의 사항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SI들은 시너지를 키 포인트로 보고 투자를 하며, SI가 주주로 있는 것이 회사 가치에 좋은 영향을 줍니다. Funding round를 진행하면서 SI들은 FI들과 같은 조건으로 들어오는것 보다 다른 조건을(예: 더 낮은 회사 가치) 요구할 수 있고 이 때 창업자들은 곤혹스러워 하게 됩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같은 조건으로 들어오는 것이겠지만, 이것이 안 될 때는 다른 FI들에게 양해를 얻어 조건을 조금 다르게 조정할 필요도 있습니다.
또한 가끔은 SI들이 스타트업의 시너지에 대한 가치를 크게 인정하여 FI들보다 더 높은 회사 가치로 투자를 제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회사 가치를 시장가보다 너무 높게 잡으면 그 다음 펀딩 라운드 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SI 투자를 받고 회사의 가치가 많이 성장하지 않을 경우, 그 다음 라운드 역시 SI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렇듯 SI 투자를 받을 때에는 FI 대비 아주 꼼꼼히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스파크랩은 특별히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SI 투자를 장려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FI들에게는 SI 투자사와 같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요?
전혀 아닙니다. 비록 FI들은 Operating Company는 없지만, 여러 투자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Leading FI들은 투자사와 투자사의 연결 및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투자자입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힘든 여정을 걷는 스타트업들은 최대한 많은 아군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아군을 얻는 방법 중 하나가 좋은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것입니다. SI vs. FI 투자유치를 고민하시는 모든 창업자들에게 이 기고문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스파크랩 플레이북을 통해 공유되는 모든 이야기는 그저 이론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스파크랩 포트폴리오 창업자들이 다양한 사업 이슈나 고민으로 연락을 해올 때마다 실제로 들려드리는 내용들입니다. 그 중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또는 가장 자주 듣는 질문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니 꼭 많은 창업자들이 읽으시고 필요한 부분들은 사업에 실제 적용해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질문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최대한 답변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본 포스팅은 SparkLabs Playbook 페이지 및 뉴스레터를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