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공동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는 전기차 사용자가 직접 자기 집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 “나만의 집밥”을 설치하는 게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떤 요건이 필요한지 한번 살펴볼게요.
전기차 충전기 설치는 "공용부분의 관리행위"
아파트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려고 한다면, 지하주차장이나 지상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요. 법원은 이러한 전기차 충전기의 설치를 “공용부분의 관리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어요.
“공용부분의 관리행위”에 해당한다면 어떤 게 문제가 되는 걸까요? 관련해서 재미있는 사례가 있습니다.
2017년경, 관리사무소장의 승낙을 받아서 지하주차장에 충전기를 설치해 사용한 전기차 사용자 A씨가 있었어요. 당시만 해도 전기차 자체가 많지 않았으니, 단지 전체를 위한 것보다는 개인이 한전과 계약을 해서 전기차 충전을 해온 것이죠.
그런데 이 아파트에서 전기차 사용자가 늘어나자,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이동형 충전기 40여대를 설치했고, 위 A씨가 전기차 충전을 하면서 다른 차량의 통행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A씨가 설치한 전기차 충전기에 대한 전기공급을 차단했어요. A씨는 다소 황당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관리소장의 승낙이 있었고, 한전과 공식적으로 계약을 해서 설치한 “자신의 집밥”인데,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마음대로 이 사용을 결정하는 것이 부당하게 느껴질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A씨는 이러한 입주자 대표회의의 행위(전기차 충전기에 대한 전기공급을 차단한 행위)를
금지 시켜달라는 취지의 가처분을 신청했어요.
한전과의 계약 vs. 입주자 대표회의의 승자는?
법원은 입주자 대표회의의 손을 들어줍니다. 아무리 개인이 한전과 체결한 계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A씨는 집합건물인 아파트의 전체를 소유한 사람이 아니고, 그 일부를 소유한 구분 소유자죠.
구분소유자에게는 아파트의 공용부분을 그 용도에 따라 사용할 권한은 있지만, 이러한 점유나 사용이 공용부분을 관리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구분소유자들의 동의가 필요해요.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는 행위는 공용부분을 관리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A씨가 자신의 충전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다른 구분소유자들의 동의가 필요하단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A씨는 한전과 계약을 체결하고, 관리소장의 승낙을 받았지만, 이웃들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자신의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했으니, 적법한 공용부분의 관리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시한 거예요.
정리하면, 아파트나 빌라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이 “나의 충전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구분소유자들의 과반수 동의를 요건으로 하게 됩니다.
세대수가 비교적 적은 빌라나 주택에서도 구분소유자들의 동의를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텐데요, 더군다나 필로티 구조의 빌라, 오피스텔에서는 주차공간 확보가 일이어서, 충전기가 황금구역에 설치된다면, 반대가 더 심하겠죠. 그렇다고 가장 안쪽에 충전기를 설치하자니, 전기차주의 출입이 굉장히 불편해질 거예요.
게다가 빌라, 오피스텔의 경우에는 임차인들이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실제로 해당 빌라나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연락을 해서 동의를 얻기까지의 시간과 노력도 상당할 것 같습니다. 또, 임차인의 신분으로 거주 중이라면, 사실상 “내 집밥”을 설치하는 게 불가능해지죠. 집합건물의 소유자가 아니기 때문에요!
공동주택에 사는 경우, 결국 “나만의 충전기”를 갖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일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임차인의 경우에는 사실상 마음먹기도 불가능한 상황이죠. 국내 인구의 절대다수가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상황에서는, 관리주체나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공용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는 결정을 내려주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개인이 공용공간에 마음대로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그 허들을 낮출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개인이 다 함께 사용해야 하는 공동의 공간을 개인화해서 사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까요.
한편으로는, 점점 더 전기차는 늘고 있는데, 공용 충전기는 고장도 잦고, 누군가의 충전도 기다려야 하고. 전기차 차주의 불편도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데요.
이제는, 내가 원할 때, 나의 집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또 다른 획기적인 충전 방법을 모색해보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