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는 어떻게 MZ의 성지가 되었나

 

여의도에 백화점은 안된다구요?

‘여의도’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높은 빌딩과 정장을 빼입은 금융인들, 그리고 국회의사당? 그것도 맞지만 요즘 2030에게 여의도는 ‘이 장소’로 연상되곤 합니다. 바로 빨간 철제 장식물을 두르고 여의도 한복판에 자리한  커다란 백회점, “더현대 서울”입니다.

 

사진 출처 : ©더현대 서울

 

오랫동안 금융과 정치의 중심으로 기능했던 여의도는 평일에는 직장인들로 꽉 차있지만 주말에는 텅텅 비는 섬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때문에 백화점같은 유휴시설이 들어오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평이 많았고, 근처 영등포와 신촌에 이미 백화점이 존재해 ‘백화점의 무덤’이라고까지 불렸죠. 이런 여의도에서 ‘더 현대 서울’은 어떻게 역대 최단시간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하고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수 있었을까요? 그 비결에는 백화점의 문법을 부수고 소비자에게 전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더 현대 서울'의 ‘공간 기획 전략’이 있습니다.

 

오늘은 ‘더 현대 서울’이 2030에게 매력적인 이색공간이 될 수 있었던 공간 마케팅 전략에 대해 살펴보고, 다른 공간 기획 사례와 그 트렌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공간을 비운 만큼 사람은 채워진다

백화점 내부를 기획할 때 금지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시계와 창문이죠. 전통적인 백화점은 방문객이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차단하고, 빈 공간이나 조형물을 최소화 해 매장를 가득 채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쇼핑하도록 하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로 여겨졌습니다. 이런 백화점은 방문객에게 단순하고 명확한 쇼핑의 경험만을 제공하죠.

 

그러나 더현대 서울은 공간을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데에 더 집중했습니다. 공간의 절반에 가까운 49%를 비워내 그 자리에 매점 대신 공원, 폭포, 조형물로 채워 방문객에게 쇼핑 뿐 아니라 백화점 자체를 즐기고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어요. 백화점을 ‘쇼핑하는 공간’이 아니라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 확장한 것이죠.

 

 

사진 출처 : ©더현대 서울

 

5층은 아예 한가운데에 커다란 실내 정원인 ‘사운즈 포레스트’를 만들었고, 매장 중앙을 틔워놓은 6층과 이어 높은 층고를 통해 탁 트인 전경을 제공합니다. 6층에 위치한 통창으로 쏟아지는 햇볕은 방문객에게 편안하고 상쾌한 감정을 제공하는데, 실제로 이곳에서는 커피 한 잔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방문객들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모두가 손해라고 생각한 빈 공간이 오히려 공간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고객의 체류 시간까지 늘리고 있는 것입니다. ‘사운즈 포레스트’는 매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특별한 공간으로 꾸며지는데요. 작년에는 크리스마스 테마 마을인 'H빌리지'를 선보였습니다. 이 공간은 트리 ‘인생샷’ 맛집으로 여겨지며 평일 5000명, 주말 1만명의 일평균 방문객을 기록하는 등 더현대 서울의 콘텐츠 허브로도 자리잡았습니다. 참고로 올해에는 '움직이는 대극장'을 주제로 다양한 이벤트와 전시를 준비했다고 하네요!

 

영화관도 명품도 아닌 ‘팝업’

매장을 빼내고 공간을 비운만큼, 더현대 서울은 방문객들의 지갑을 어떻게 열 수 있을지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만 했습니다. 일명 ‘에루샤’로 불리는 명품 브랜드 삼총사는 (각각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전통 백화점의 매출을 견인하는 보증수표인데요, 실제로 2022년 기준 국내 백화점 점포 순위를 보면 1등부터 10등까지 모두 에루샤 중 최소 1가지 매장을 보유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1개 점포 빼고는 모두 2가지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오운드 자체제작 / 데이터: 각사

 

그러나 더현대 서울은 2023년 12월 루이비통의 입점 이전까지 에루샤 중 단 한 점포도 보유하지 못했습니다. 백화점의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책임지는 영화관 또한 바로 옆에 위치한 IFC 몰에 위치한 CGV 때문에 입점시키지 못했죠.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더 현대 서울은 자신들의 비밀병기를 내세워 2023년 일찌감치 매출 1조원을 확정지을 수 있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라운지’ 라는 이름의 지하 2층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곳의 경영 지침은 딱 하나, “경영진이 모르는 브랜드로 채워라” 인데요, 그에 걸맞게 이 장소에는 낯선 신진브랜드와 MZ가 사랑하는 트렌드들이 가득합니다. 개점 전 소셜미디어 데이터를 분석해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키워드를 추출하고, 이를 매장 블록 당 하나씩 배치해 관련 브랜드를 입점시킴으로써 마뗑킴과 시에 등 핫한 브랜드들이 처음으로 입점한 백화점이 되었으며 여의도역과 이어지는 입구쪽에는 팝업스토어 전용 매장을 만들어 파편화되는 취향을 시시각각 반영할 수 있도록 했죠. 

 

 


사진 출처 : ©더현대 서울

 

지금껏 더현대 서울에서 이뤄진 팝업스토어는 770회, 매번 뜨거운 화제를 끌어모으며 팝업 오픈런이라는 새로운 문화현상을 만들어 낸 더 현대 서울은 ‘이 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핫한 브랜드의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트렌디한 이미지와 함께 매출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공간, 경험을 넘어 브랜드로

더현대 서울의 성공을 계기로 부각된 공간 기획의 중요성은 이제 상식이 되었습니다. 이제 더현대 서울 뿐 아니라 국내 여러 백화점이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고, 수많은 브랜드들이 자신만의 정체성을 알리고, 브랜드 가치를 확장하기 위해 공간 기획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 GS 리테일

 

성수동에 위치한 도어 투 성수는 GS25의 플래그십 스토어이지만 GS25라는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습니다. 대신 자체 브랜드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면서 그 정체성을 드러내죠. 또한 낮에는 직접 고른 잔에 원두커피와 디저트를 판매하는 감성 카페로, 밤에는 직접 와인을 골라 먹을 수 있는 펍으로 변신함으로써 GS리테일이 꿈꾸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편의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이케아

 

이케아는 8월 31일, 9월 7일, 9월 14일 총 세 차례에 걸쳐 전국 매장에서 파자마 파티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매주 토요일 아침 잠옷을 입고 매장에 방문한 사람들은 무료로 아침식사를 먹고, 수면 전문가의 워크숍과 레크레이션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요, 이런 이색적인 경험을 통해 이케아의 내년 캠페인인 “오늘도, 잘 자요”의 정체성을 각인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매장과 브랜드에 대한 유쾌하고 긍정적인 인식도 심어줄 수 있죠. 9월 12일과 10월 25일에는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종료한 쇼룸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이벤트로 더욱 잊지못할 경험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제품 검색부터 구매까지, 소비의 공간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시대에 오프라인 공간만이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는 바로 ‘경험’입니다. 더현대 서울이 넓은 공간과 팝업을 통해 쇼핑만을 위한 전통적인 백화점을 넘어 2030이 즐기는 여가문화 공간으로 거듭난 것 처럼, 브랜드가 방문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를 어떤 경험으로 재가공해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비즈니스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글:  올어바웃마케팅  / 에디터: 오운드 콘텐츠 팀 

이 글은 외내부 전문가와 협업하여 만드는 [올어바웃 오리지널 시리즈]입니다.   

외부 필진과 함께 작성된 글의 방향성과 내용은 오운드 플랫폼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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